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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밥집

글쓴이: 포레스트  |  날짜: 2010-03-14 조회: 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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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칠 때, 때로는 정성스럽게 잘 차린 상을 받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 엄마 손맛을 닮아서, 마음 편히 한끼 해결할 수 있어서 자주 찾는 맛집들. 여기에 단골이라고 서비스까지 푸짐하다면 두말할 것 없다. 마음 붙일 단골집 하나 만들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의 단골집 이야기를 들어보자. 열심히 일한 '그 사람'이 마음 붙인 단골집은 바로 여기다.



나만의 밥집
▲ 정성스레 차린 상은 기분까지 좋게 한다. 사진은 전통명가 한정식 상차림.


변호사 강지원|서초동 '전통명가'
대접하는 사람이나 대접받는 사람이나 부담 없죠


이 시대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 얼마 전 '제3회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그는 "요즘 변호사 사무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청소년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청소년들에겐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꿈을 찾으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변호 업무를 하느라 하고 싶었던 사회봉사활동을 마음껏 할 수 없었다는 것.


2년 전 본지 분당 지역섹션을 통해 자택 주변 단골집을 소개한 바 있는 강지원 변호사는 "몇 달 전 수원 봉담으로 이사하면서 분당에 있는 단골집과 멀어져 아쉬웠는데 사무실을 정리하고 나면 사무실 주변 단골집들과도 이별해야 해 더욱 아쉽다"고 얘기한다.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인 '청지'에서 100m도 채 안 떨어져 있는 한정식집 '전통명가'도 그 중 하나다. "이 집은 손님이 찾아오면 조용히 이야기 나누며 식사하기에 좋다"는 게 추천의 변이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 후 저녁 약속이 없어졌다는 강 변호사는 점심 약속이 많은데 그럴때면 멀리 가지 않고 이곳에서 해결하곤 한다. 약속이 없는 날엔 주로 사무실 근처 기사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나만의 밥집

전통명가는 일대에선 이미 상견례와 돌잔치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점심 코스의 경우 1만5000원, 2만원, 3만원으로 가격대도 크게 부담 없다. "그 중 2만원 코스가 식사를 대접받는 사람이나 대접하는 사람이나 부담 없다"는 게 강 변호사의 얘기.


2만원 코스에는 샐러드를 시작으로 정갈하게 멋을 낸 음식들이 차례로 나온다. 누룽지탕을 비롯해 회무침, 낙지볶음, 철판불고기 등 요리만 총 9가지, 여기에 식사로 된장찌개와 계절나물을 위주로 한 밑반찬이 나온다. 주인은 "특히 철판불고기는 당귀잎과 함께 먹으면 향이 좋다"고 귀띔한다. 3만원 코스에는 전복찜, 생선회, 삼합이 추가 된다.


입맛 까다로운 법조인들을 사로잡은 음식 맛의 비결은 "각 지방의 좋은 음식 재료들을 골라 상에 올리는 것"이라고. 경상북도 의성에서 공수받은 고춧가루와 호박 등을 사용하고 김치 하나도 직접 담가 상에 내는 게 이 집 음식 맛의 비결이다. 강 변호사는 "요즘 같은 '먹을거리 불안 시대'엔 집밥이 최고지만 어쩔 수 없이 바깥에서 해결해야 할 땐 믿고 먹을 만한 음식점을 잘 알아두는 것도 현명한 일"이라고 얘기한다. 서초구 서초동 1550-1호. 문의 (02)522-5836


산악인 엄홍길| 원도봉산길 '싸리골'
주인이 직접 채취한 버섯 향도 좋고 맛도 좋고 이 맛이 진짜죠


지난 5월 '엄홍길 휴먼재단'을 출범시킨데 이어 얼마 전 에베레스트 등정 20주년 기념과 함께 히말라야 16좌 완등 기념 사진집 '불멸의 도전'을 펴낸 산악인 엄홍길씨는 겨울 산행 후 모산(母山)을 등지고 먹는 뜨끈뜨끈한 두부버섯전골을 떠올리며 "군침이 절로 난다"고 얘기한다. 원정 가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을 때는 이 집의 두부버섯전골이 더욱 생각난단다.


의정부시 호원동 원도봉산 오르는 초입의 마을에서 태어난 엄홍길씨는 원정을 떠나지 않고 국내에 있을 땐 한 달에 서너 번 도봉산에 오른다. 에베레스트 정복한 사람의 도봉산 등정기가 궁금해 물었더니 대답이 재미있다. "제가 땀이 유난히 많은데 가끔 도봉산 오르다 저를 알아보신 분들이 그래요. '도봉산 오르는데도 이렇게 힘들어하시면 에베레스트는 어떻게 오르냐'고. 그러면 저는 '저에게 낮거나 높거나 산은 다 똑같은 산입니다'라고 말하죠."



나만의 밥집

'오늘의 엄홍길을 있게 한 어머니 같은 산' 아래에는 엄홍길씨가 잘 가는 '싸리골'이 있다. 싸리골은 두부와 버섯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 이 집을 자주 찾는 이유는 "자연산 버섯을 쓰고 음식 맛이 깔끔해 좋다"고 얘기한다.


추천 메뉴는 두부버섯전골(소 2만5000원, 중 3만5000원, 대 4만5000원)과 뚝배기두부(1만원)다. "이 집 요리에 들어가는 모든 버섯은 주인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것만을 사용해 향이 진하다"는 게 엄홍길씨의 설명. 이 집 주인 이근중씨는 '버섯 찾아 삼만리'가 따로 없단다. 1년치 버섯을 다 확보해 놓은 후에라야 다른 일을 돌볼 정도라고. 이렇게 확보한 1년치 버섯을 다 쓰고 나면 다시 버섯을 따기까지 버섯 요리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도 이 집의 원칙이다. 채취한 버섯은 소금을 뿌려 저장해놓고 주문과 동시에 꺼내 쓴다. 능이버섯은 소금 저장을 하지 않고 급냉시켜 사용한다. 엄홍길씨는 "버섯은 '1능이2송이3표고'인데 단골에겐 버섯 중 상급인 능이버섯을 좀 더 넣어준다"고 귀띔한다.


"직접 만든 두부를 큼지막하게 썬 후 간수를 넣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내는 뚝배기두부는 그냥 먹으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밥 반찬으로 좋다"는 게 엄홍길씨의 설명이다. 의정부시 호원동 227-9. 문의 (031)874-6600



설치미술가 한젬마| 홍대 앞 '나물 먹는 곰'
어머니 곰탕 한 그릇이면 기운이 불끈 솟아요


한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설치미술가 한젬마. 작년 봄 아이와 함께 남편을 따라 독일로 가 생활하다 업무 때문에 일시 귀국한 그녀가 추천한 단골집은 홍대 앞 '나물 먹는 곰'이다. "설치 미술은 평면 작업보다 체력이 더욱 요구되는데 가끔 작업이 힘에 부친다 생각되면 꼭 이 집 밥을 먹는다"고. 친정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이 그리울 때, '나물 먹는 곰'의 '어머니'가 직접 차려주신 상을 받고 나면 기운이 솟는단다. "독일에 가 있는 동안에도 한동안 이 집 밥이 그리웠다"는 그녀다.


'나물 먹는 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물을 주재료로 하는 경상도식 비빔밥과 곰탕을 선보인다. 손맛은 의심하지 말 것! 이미 밥집 사라진 홍대에서 '어머니와 고등어' '며느리 밥풀꽃' 등 밥집과 카페 '다락'으로 유명해진 김진한씨의 네 번째 가게다.



나만의 밥집

이 집 비빔밥은 화려한 색감의 식재료로 스타일리시한 멋을 가미한 전주식 비빔밥이 아닌 고사리, 도라지, 무채, 콩나물, 미나리 등 무채색의 재료로 담백한 맛을 내는 경상도식 이다. 자칫 심심해 보이는 색감과는 달리 제주산 고사리 등이 진한 향을 낸다.


대구가 고향인 어머니 차강득(77)씨가 언양 한우를 안성 무쇠가마솥에 직접 고아낸 가마솥 차씨곰탕(1만2000원)은 정성 어린 맛이다. 맑은 국물보다는 약간 기름진 것이 특징. 하지만 느끼함보다는 깊고 담백한 맛이다. 차씨는 단골들에게 곰탕에 퍽퍽한 고기 대신 도가니나 양 등 특수 부위(?)를 더 많이 넣어준다.


비빔밥은 세트 메뉴도 알차게 준비돼 있다. 나물곰세트에서는 밥에 반주 한 잔이 추가되는 '패키지'다. 구성도 다양한데 나물곰비빔밥(1만3000원)엔 아사히생맥주 1잔을 곁들여 낸다. 빨간곰비빔밥(1만1000원)엔 하우스와인이 한 잔, 노란곰비빔밥(1만2000원)엔 계절에 맞는 전통 세시주 한 잔 곁들여내는 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 김진한씨의 음식 철학에 따라 '우리 술'도 와인잔에 담아낸다는 것. "와인 못지않은 향을 가진 술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인테리어에서부터 서비스까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등 미술감독으로 활약했던 주인 김진한 씨의 감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나물곰비빔밥소반(6000원), 뚝배기찜닭소반(7000원), 뚝배기불고기소반(9000원) 등 평일 정오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만 선보이는 점심메뉴도 있다. 단골이 되면 주인의 무한서비스가 시작된다. 한젬마씨는 "독일 가기 전까지 작업했던 홍대 작업실도 주인 김씨가 직접 발 벗고 나서 알아본 곳"이라고 귀띔한다. 마포구 서교동 395-199. 문의 (02)323-9930


가수 노사연&이무송 부부| 소공동 '노사봉가 아리랑'
돌솥비빔밥에 올리는 고명까지 최상급 한우를 사용해요


누가 보면 '속 보인다' 할지 모르겠다. 언니가 하는 음식점을 단골집으로 소개하다니, 하면서. 하지만 노사연이무송씨 부부는 "맛을 보면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오히려 이 집은 '노사연 언니가 하는 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방송이나 언론에 더 노출되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소공동 조선호텔 후문 앞에 자리한 '노사봉가 아리랑'은 문 연 지 6년째 되는, 노사연씨의 언니 노사봉씨가 운영하는 한우전문점으로 일대에선 이미 '성공적인 음식점'으로 평가 받고 있다. 동부이촌동에 살고 있는 노사연·이무송 부부는 "고기 먹고 싶은 날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강남보다 차 막히는 걸 감수하고라도 꼭 이 집에 와서 먹는다"고 얘기한다. "(너무 맛있어서) 폭식은 당연하기 때문에 올 때는 일부러 헐렁한 차림으로 온다"는 말도 덧붙인다.



나만의 밥집

한우, 그중에서도 최상급인 1++(A)급 한우만을 고집한다. 일주일에 세 번 농협에서 제공받아 숙성시킨 다음 상에 내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이무송씨는 "한우 맛있는 집으로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이에 노사봉씨는 "돌솥비빔밥에 올리는 고명까지 한우 최상급을 사용한다"며 강조한다. 불그스름한 빛깔에 마블링이 선명한 등심이나 분홍 빛깔의 차돌박이는 살짝 구워 먹으면 육즙이 스르르 흘러나온다. 울릉도에서만 나온다는 명이 이파리나 묵은지에 싸서 먹으면 시큼달콤하면서도 담백하다. 물론 최상급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기값은 각오하고 가야 한다.


왕생갈비는 250g에 5만원, 등심은 150g에 4만5000원이다.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겐 실속 세트가 마련돼 있다. 모듬고기세트의 경우 10만8000원인데, 3~4인이 먹을 만한 양이다. 꽃등심, 치마살, 차돌박이, 양념갈비 등으로 구성된 A세트와 꽃갈비살, 치마살, 부채살, 차돌박이로 구성된 B세트가 있다. 양념갈비는 과일과 특제 소스를 섞어 6시간 동안 끓여 만든 양념소스로 맛을 낸다.이른 아침 된장찌개를 비롯해 각종 소스에 들어가는 멸치육수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전골류에 넣는 사골육수까지 직접 끓여내고 있다는 노사봉씨는 "동생부부가 공인이라 오히려 더 음식 맛과 서비스에 신경을 쓰게 된다"고 얘기한다. 각종 과일로 달콤하게 맛을 낸 간장게장도 별미다. 12월 초부터는 영양돌솥밥과 간장게장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정식(1만2000원)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따금 노사봉씨의 유쾌한 입담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중구 소공동 72-2. 문의 (02)752-1342



작가 은희경|일산 마두동 '여자만'
안주뿐 아니라 어렸을 적 먹던 고향의 맛 느낄 수 있어요


지난 7~8월 미국으로 유학 가 있는 두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 한 달 동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은희경 작가는 몰라보게 마른 체형으로 변해 있었다. "배낭여행 기간 동안 낯선 도시를 매일 아침 조깅했다"는 그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재충전하고 나니 작가적 에너지를 다시금 찾은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한다.


오랜 일산살이로 이곳 저곳 단골집 많지만 그녀가 최근 자주 가는 곳은 국립암센터 앞 골목에 자리한 '여자만'. 영화감독 이미례씨가 차려 화제가 됐던 인사동 남도 음식 전문점인 '여자만'의 일산점이다. 작가 은희경뿐 아니라 일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문화인들의 새 아지트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원고 마감해야 할 땐 멀리 나갈 수도 없고 집 근처에 있는 맛집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기분전환을 하곤 한다"는 은희경 작가는 "일산엔 마땅히 막걸리 마실 만한 곳이 없어 아쉽다 생각하던 차에 '여자만'이 문을 반갑다"고 얘기한다. "안주뿐 아니라 어렸을 적 먹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종종 찾는다"고.



나만의 밥집

은 작가는 "이 집은 벌교 참꼬막이 전문"이라며 꼬막요리를 추천한다. 때마침 꼬막이 가장 맛있다는 겨울. "어렸을 적 제사 때 꼬막을 올렸는데 맛보다 까 먹는 게 재미있어서 곧잘 먹곤 했다"며 코를 씽긋거리며 웃는다.


이 집에서 '까 먹는 재미'를 느끼려면 벌교참꼬막(2만원)을 주문하면 된다. 벌교에서 직접 공수해 살짝 삶아내는 꼬막은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다.


까 먹는 재미보다 양념맛을 느끼려면 양념꼬막(소 1만5000원, 대 2만5000원)을 주문하면 된다. 인사동 '여자만'이 주점 형태라면 일산 '여자만'은 밥집+주점 형태다. 안주류뿐 아니라 밥 메뉴도 인사동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그중 하나가 생선을 활용한 구이나 탕 또는 찌개류다. 참조기탕(소 2만원, 대 3만원)도 은희경 작가가 즐겨 먹는 메뉴다. 무와 채소를 듬뿍 넣어 국물맛이 시원하다. 참조기탕의 밑반찬으로 곁들여내는 김치를 한 점 입에 넣은 그녀, "배추가 참 달고 맛있다"는 말을 연발한다. 직원은 '역시 미식가들의 입맛은 다르다'는 표정으로 "홍천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한다"고 설명한다. 올해도 홍천에 가서 1500포기가량 김장해 올 예정이라고 이렇게 해서 땅에 묻은 묵은지는 삼겹살수육과 홍어삼합 등에 곁들여 낸다.


이 집은 그때그때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제철 생선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지금 가면 흑산도산 열기구이(소 2만원, 대 3만원)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생선을 주 재료로 하는 '특선메뉴'는 얼리지 않은 것을 직송해 요리해내기 때문에 단골들 사이에선 "운이 좋아야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양태나 서대 등 젯상에만 올린다는 '귀한 생선'도 맛볼 수 있다. 굴비를 '삐득삐득'하게 말려 쪄 내는 삐득굴비정식(1만원)도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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