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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진의 Delicious Life](1)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글쓴이: 스위트  |  날짜: 2014-01-09 조회: 3902
http://board.pcclear.co.kr/cook/view.php?category=TUAYJQ%3D%3D&num=FRpLdxQ%3D&page=46   복사

배우라는 본업 이외에 '샤이야99' 레스토랑 셰프로서 7개의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이 남자. 어느 주부보다 뛰어난 손맛으로 외식 업계에서 그는 이미 요리 전문가로 통한다. 행복한 삶을 즐기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맛'을 꼽은 김호진은 이 맛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전한다. 매일 어떤 요리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꺼내어 뻔한 한식 조리법이 아닌 조금 색다른 레시피에 도전하라고 제안한다.




[김호진의 Delicious Life](1)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패션에만 믹스매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레이디경향」을 통해 2014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이탈리아 요리와 믹스매치해보고자 한다. 행복이 담긴 맛있는 이야기, 김호진의 요리 에세이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스무 살, 이탈리아 요리에서 행복을 맛보다


글로벌 시대답게 서울의 도심 한복판을 걷다 보면 무척이나 쉽게 세계 각국의 음식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1970, 80년대만 해도 사람들에게 서양 요리라곤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오뚜기 수프 정도가 고작이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패스트푸드점이 우리나라에 처음 생겼고, 중학생일 때 페리카나를 시작으로 프라이드치킨이 유행했으며, 고등학생일 때 KFC가 최고의 외식 장소였다. 유치원생일 때 미군 부대에서 파는 피자를 먹었고 그곳에서 구한 미트볼 통조림으로 엄마가 토마토스파게티를 만들어주시곤 했지만 꼬마 김호진은 서양 요리는 모두 미국 음식인 줄만 알았다. 물론 요즘도 스파게티와 파스타를 같은 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음식의 세계화는 이루어졌지만 정확한 국적은 알지 못한 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스무 살에 KBS 공채 탤런트로 발탁돼 연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서울의 내로라하는 맛집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철판구이점 뉴욕뉴욕, 즉석에서 칭기즈칸 요리를 만들어내던 베니하나, 국수 전골이 맛있는 진상, 로스 편채가 유명한 루프가든, 압구정 한복판에 있던 대형 중식당 만리장성에서 맛본 음식들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당시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 중 하나가 이태원에 있는 라쿠치나였는데, 그곳에서 접한 이탈리아 요리는 나에게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호진의 Delicious Life](1)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1 Carozza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인기 메뉴로 손꼽히는 안초비 크림과 토마토소스의 치즈튀김.
2 Insalata di Spinaci 저온 조리한 유정란과 산뜻한 시금치샐러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3 Granchio 라쿠치나의 시그너처 파스타인 킹크랩살과 바질소소의 스파게티니.
4 Filletto 최상급 한우로 만든 안심스테이크.
Restaurant Info
라쿠치나

위치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정문 맞은편
영업시간오후 12~3시, 6~10시(일요일 휴무)
문의02-794-6005


그때만 해도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고서야 외국의 음식을 제대로 표현하는 곳이 흔치 않았는데, 라쿠치나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레스토랑이었다. 물론 도심마다 파스타나 피자 등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도 있었지만 대부분 일본 스타일로 변형된 레시피였다. 하지만 라쿠치나는 스파게티뿐 아니라 샐러드, 디저트까지 식재료와 조리법 모두 정통 이탈리아식이었다. 25년 전, 햄이라곤 빨간 소시지와 진주햄, 스팸이 고작이었던 내가 그곳에서 멜론프로슈토를 처음 맛보았을 때 잠재된 나의 미각이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식재료 하나로 받은 당시의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쉽게도 스무 살에 즐겨 먹던 대부분의 음식점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로 오픈 25주년을 맞은 라쿠치나는 나에게 더욱 특별하다. 지금도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맛보고 싶을 때 친구나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변함없이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나의 젊은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이탈리아 요리, 한국 식재료로 재해석하다


전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한식으로만 맛보다 보니 문득 이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식재료와 이탈리아의 그것이 무척이나 닮았던 것이다. 생선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이탈리아의 안초비는 멸치액젓과 비슷하고, 갓 짜낸 신선한 참기름은 올리브유와 그 향이 구분이 안 될 정도다. 물론 그 나라의 토양과 날씨에 따라 식재료의 모양과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요리라는 것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로메인 대신 된장국을 끓이고 남은 얼갈이배추로 시저샐러드를 해먹어 보고, 루콜라 대신 열무를 넣어 루콜라피자가 아닌 열무피자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흔히 서양 요리는 식재료가 낯설어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우리나라 식재료로 조금만 변형하면 입맛에 더 잘 맞을뿐더러 식재료비까지 줄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 아니겠는가.




[김호진의 Delicious Life](1)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이달에는 얼갈이배추로 만든 시저샐러드와 고구마 불고기피자, 시금치 봉골레파스타를 만들어보려 한다. 시저샐러드에는 상추의 일종인 로메인이 들어가는데, 값비싼 로메인 대신 겨우내 나는 얼갈이배추 혹은 봄동 등으로 대신해도 좋다. 시저드레싱에 안초비라는 이탈리아 젓갈 대신 멸치액젓을 넣으면 시판 드레싱 없이도 홈메이드 시저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고구마와 불고기를 이용해 피자도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데, 으깬 고구마에 우유나 생크림을 넣으면 식감이 더욱 부드러워지며 계량만 잘 맞춘다면 도우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금치를 생으로 먹는 일이 거의 없는데, 깨끗이 씻은 시금치는 샐러드의 메인 채소로도 그만이다. 날것으로 먹어도 맛있는 포항초를 봉골레파스타에 넣으면 그 향이 가미돼 더욱 맛있다. 페페론치노가 없다면 매운맛이 강한 청양고추를 넣어도 좋고, 조개가 없다면 올리브유와 마늘, 페페론치노만 넣어 알리오올리오파스타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한식을 많이 만들다 보면 재료에 따라 요리를 응용할 수 있는 것처럼,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도 의외로 맛있다.

김호진의 행복 요리 제안





[김호진의 Delicious Life](1)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고구마 불고기피자


재료
도우(밀가루 2와 1/2컵, 물 1컵, 베이킹파우더 1과 1/2작은술, 소금·올리브유 1작은술씩), 불고기(쇠고기 500g, 간장 4큰술, 레드와인 2큰술, 설탕 1과 1/2큰술, 물엿·맛술 1/2큰술씩, 후춧가루 1작은술), 고구마 퓨레(고구마 2개, 우유 1/2컵, 소금 약간, 꿀 적당량), 모차렐라치즈 1컵

만들기
1 물 1컵에 베이킹파우더, 소금, 올리브유를 넣고 잘 저어 녹인다. 2 볼에 분량의 밀가루를 넣고 ①을 부어 한 덩어리가 될 때까지 힘껏 치대며 반죽한 다음 랩을 씌워 냉장고에 하룻밤 숙성시킨다. 3 볼에 쇠고기를 넣고 나머지 분량의 불고기 재료를 넣어 고루 섞은 뒤 팬에 볶아 불고기 토핑을 준비한다. 4 고구마는 삶아서 껍질을 벗긴 뒤 볼에 담고 우유와 소금, 꿀을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으깨 고구마 퓨레를 만든다. 5 작업대에 여분의 밀가루를 뿌린 뒤 ②의 반죽을 원하는 모양대로 얇게 펴 도우를 만든다. 6 ⑤의 도우 위에 ④의 고구마 퓨레를 적당량 올린 다음 ③의 불고기 토핑을 고루 얹고 모차렐라치즈를 뿌린 다음 18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20분간 구워낸다.




[김호진의 Delicious Life](1)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얼갈이 시저샐러드


재료
얼갈이배추 1포기, 베이컨 2줄, 수란 2개, 그라나파다노 치즈가루 4큰술, 시저드레싱(마요네즈 5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다진 마늘·잣 간 것·멸치액젓 1큰술씩, 홀그레인 디종 머스터드 1/2큰술)

만들기
1 얼갈이배추는 깨끗이 씻어 길이로 4등분한 다음 한 장씩 잎을 떼어 그릇에 담는다. 2 팬에 베이컨을 넣고 구운 뒤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제거하고 1cm 폭으로 썬다. 3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섞어 시저드레싱을 만든 뒤 ①의 얼갈이배추 위에 고루 뿌린다. 4 ③에 ②의 베이컨과 수란을 얹은 다음 그라나파다노 치즈가루를 고루 뿌린다.




[김호진의 Delicious Life](1)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시금치 봉골레파스타

재료
스파게티 면 90g, 시금치 40g, 바지락 20개, 다진 양파 1/4개 분량, 슬라이스 마늘 15개, 페페론치노 3개, 올리브유 1큰술, 면 삶은 물 120ml, 파르메산 치즈가루·파슬리가루·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큰 냄비에 물을 부어 팔팔 끓으면 스파게티 면을 넣고 봉지에 표시된 시간만큼 삶는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와 슬라이스 마늘을 넣고 볶다가 양파가 투명해지면 깨끗이 손질한 바지락을 넣고 좀 더 볶는다. 3 ②의 바지락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분량의 면 삶은 물을 붓고 볶다가 페페론치노를 넣고 끓인다. 4 ③의 국물이 자작하게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손질한 시금치를 넣어 살짝 볶는다. 5 ④에 ①의 스파게티 면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파르메산 치즈가루와 파슬리가루를 뿌린다.

<■기획 / 이서연 기자 ■글 & 요리 / 김호진 ■사진 / 원상희 ■장소 협찬 / 샤이야99(02-3789-4408), 라쿠치나(02-794-6005) ■헤어 & 메이크업 / 이순철, 지미(순수 청담설레임점, 02-518-6221) 스타일리스트 문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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