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먹지?’에서 ‘오늘 수확한 채소로 무엇을 만들지?’로 생각을 바꾸게 해주는 주방 속 채소밭. 가정의 식탁과 가족의 건강을 살리는 채소 기르기 노하우.
외국의 유명 스타셰프들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스튜디오 한켠에 으레 허브 화분이 몇 개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요리를 하면서 싱싱한 허브를 즉석에서 따 넣는 그 손동작이 얼마나 리드미컬하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실제로 모든 주방에서 하루 종일 허브를 키우기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바로 허브가 햇볕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란다에서 키우다가 가끔씩 주방으로 들여놓아 제이미 올리버처럼 요리해보는 거다. 이동이 쉽도록 작은 용기에 심거나 컨테이너에 담아두는 것이 요령. 그렇다면 키우는 맛에 수확의 기쁨까지 더해져 요리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로즈메리의 경우 거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키우기 쉽다. 유기농 액체비료가 없다면 쌀뜨물이나 채소 데친 물 등을 천연 거름으로 주면 된다. 반면 파슬리는 진딧물이 굉장히 좋아하는 채소 중 하나라서 진딧물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오레가노는 줄기가 늘어지도록 키우면 인테리어 효과도 그만이다. 개미를 쫓는 허브로도 유명하고 육류와 곁들이면 잡냄새가 사라진다.
허브는 햇볕과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대신 수확기가 따로 없다. 향기가 풍기기 시작할 무렵부터 한 잎 두 잎 따서 요리에 넣으면 된다. 겨울에는 월동에 들어가 잎은 마르고 뿌리만 살아 있게 되니 줄기를 10~15cm 정도만 남기고 윗부분은 미리 잘라내 수확하는 것도 좋다. 날씨가 춥더라도 실내에 들여놓고 키우면서 햇볕이 따사로운 시간에는 베란다에 잠깐 내놓는 방법도 괜찮다. 바질은 허브 중에서도 가장 잘 자라는 편이라 키우기 쉽고 향도 무난해 파스타나 피자에 향신료로 자주 사용할 수 있다.
큰 화분에 많은 양을 심어도 좋고 우유팩이나 참치캔 등 다양한 용기에 키울 수 있다. 바질은 위쪽을 잘라 먹으면 아래에 새순이 나와서 계속해서 자라므로 풍성한 바질이 된다. 더 무성하고 크게 바질을 키우고 싶다면 잎을 따서 수확하지 말고 맨 위 줄기를 따면 된다. 그러면 아래 줄기와 가지 사이에서 새순이 나온다. 또, 자른 순을 물컵에 넣으면 신기하게도 뿌리가 내린다. 이걸 새로운 화분에 옮겨 심거나 주방 옆에 두고 수경재배로도 키울 수 있다.
1 로즈 깊이가 있는 화분에 촘촘하지 않게 간격을 두고 심는 게 잘 키우는 요령이다 2 로즈메리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키우기 쉽다 3 애플민트 차로 마시거나 육류나 생선 요리의 잡냄새를 없애는 데 좋다
한식전문가 이미경 선생은 로즈메리, 애플민트, 바질도 기르지만 특히 상추나 로즈 등 쌈채소는 꼭 챙겨서 기른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마트에서 사와 보관하다가 버리는 일이 줄기 때문이다. 잘 키우는 노하우는 약간 깊이가 있는 화분이나 냉동용 스티로폼 박스를 활용해 너무 촘촘히 심지 말고 일정한 간격을 두는 것이라고. 라퀴진 FCA 정미현 실장은 주로 바질, 타임, 민트, 로즈메리 등의 허브를 기른다.
차로 마시기도 하지만 주로 육류나 생선 요리를 할 때 냄새를 없애거나 드레싱의 향을 내고 집 안의 냄새를 제거하는 데에도 좋기 때문이다. 다만 허브를 기를 때 물 주는 횟수를 정해두지 말라고 당부한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습도가 다르기 때문에 겉흙이 바짝 말랐을 때 흙이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주는 것이 노하우라고. 또 적절한 해와 바람이 필요해 일정한 시간 베란다에 두고 해를 볼 수 있게 한다.
<베란다 채소밭>의 저자이자 채소 소믈리에 박희란 씨는 연중 재배가 가능하고 키우면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어 물만 잘 주고 관심을 기울이면 사랑을 먹고 자라는 기특한 채소를 추천해주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해줘도 큰다고 말하는 적근대, 정말 잘 자라는 파슬리, 상추보다도 더 튼튼하고 웃자람이 덜한 치커리, 시간이 좀 걸리는 게 흠이지만 씨앗부터 시작해도 잘 자라는 방울토마토 등이 있다. 이유식이나 아이들 반찬에 좋은 청경채는 2주 간격으로 파종하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데 상추처럼 겉잎부터 따 먹으면 속에 새순이 자란다. 허브 중 가장 쓸모 있고 잘 크는 바질 등은 요리를 못해도 귀한 재료가 늘 곁에 있어 든든하고, 마트에서 팔뚝만한 크기로 파는 셀러리를 집에서 기르면 그보다는 작지만 더 연한 맛의 셀러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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