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차례상과 세배 손님 대접을 위해 준비하는 여러 가지 음식을 통틀어 '세찬'이라고 불렀다. 설날 아침 세찬으로 올리는 음식에는 새해를 시작하고 만물의 새로운 탄생을 축복하는 뜻을 담아 길게 뽑은 떡가래처럼 흰 재료를 사용했다. 도예가이면서 음식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박희지씨는 전통 한식과 설음식을 응용해 입맛 다른 가족들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도록 케이터링 메뉴를 짰다.
본래 케이터링이란 집에 중요한 손님이 올 때나 큰 행사가 있을 때 서양식 뷔페와 비슷하게 예닐곱 가지 메뉴를 차려두고 먹을 만큼만 골라 먹는 음식 차림. 촬영 날 박희지씨는 늦겨울에서 초봄까지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한 상 가득 요리를 차렸다. 메뉴는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밥에 초봄에 언 땅을 뚫고 나온 냉이를 버무려 만든 주먹밥과 매생이 조랭이떡국, 하얀 빈대떡과 명란 두부를 얹은 유채무침, 소스를 부어 먹는 삼치탕수 그리고 명절에 선물 받은 사과로 만든 호떡이다.
박희지씨는 음식별로 어울리는 소스로 궁합을 맞추어 요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준비했다며 이런저런 설명을 곁들였다. 흰 녹말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긴 통통한 삼치는 유자 향이 풍기는 소스를 뿌려 향미를 돋우고, 곁들여 먹는 유채무침은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먹기 직전에 고명으로 얹은 명란 두부와 함께 비벼 먹는다. 다음 메뉴로 슴슴한 냉이주먹밥과 어울리는 따스한 매생이 국물로 속을 데운 뒤 백김치와 동치미 무를 사용해 느끼하지 않은 하얀 빈대떡을 하나 집어 먹는다.
요리 먹다 칼칼한 김치 생각이 나면 서양식 피클처럼 한두 개 집어 먹는 굴깍두기, 설에 새로 담근 얼갈이김치, 아삭한 풋고추물김치를 덜어 먹으면 된다. 디저트로 흔한 떡이나 과일 말고, 아쉬운 입맛을 달랠 수 있도록 갓 구운 와플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한 사과호떡을 준비했다. 센스 있게 치즈, 꿀, 아이스크림 등을 얹어 먹도록 호떡 옆에 시럽 접시도 놓아두었다.
유자 향 가득한 삼치탕수
재료_삼치(중) 한 마리, 녹말가루 4큰술, 마른 고추 3개, 마늘 10쪽, 생강 2톨, 식용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양념장 (진간장·물 1/2큰술씩, 설탕 1/4큰술), 유자청 2큰술
만들기
1_삼치는 도톰하게 한입 크기로 썰어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한 뒤에 1~2시간 지나 종이 타월로 물기를 거둔다.
2_마른 고추는 1cm 간격으로 썰어 씨를 뺀다. 마늘은 큰 것은 반으로 가르고, 생강은 곱게 채 썬다.
3_삼치에 녹말을 얇게 발라 손으로 툭툭 턴 뒤 두 번 튀긴다. 이때 아스파라거스, 두릅에 녹말을 발라 튀겨서 곁들여도 좋다.
4_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2의 생강, 마늘을 넣어 볶다가 양념장을 넣어 끓인다. 큰 거품이 잦아들고 보글보글 작은 거품이 생기면 유자청을 넣은 뒤 소스 접시에 담아 먹기 직전에 부어 먹는다.
조랭이떡 곁들인 매생이국
재료
(7~8인분)_매생이 한 덩이(약 200g), 불린 조랭이떡 1컵, 물 7~8컵, 국간장·참기름 1큰술씩
만들기
1_냄비에 매생이를 넣고 참기름과 국간장을 두른 뒤 볶는다.
2_1에 분량의 물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물에 불린 조랭이떡을 넣는다. 다시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한식 디저트, 사과 호떡
재료_사과 1개, 건포도·설탕·계피 가루·아몬드 가루·올리브 오일 약간씩, 춘권피 3장
만들기
1_사과는 굵은 채칼로 밀어 잘게 썬 뒤 설탕, 건포도와 버무려 둔다. 즙이 생기면 살짝 짠다.
2_춘권피 사이사이에 올리브 오일을 발라 둔다.
3_프라이팬에 1과 계피 가루를 넣고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조린다.
4_춘권피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아몬드 가루를 얹고 3을 올린다. 주먹만 한 사이즈는 춘권피를 두 겹으로 싸고 이보다 작은 사이즈는 한 겹으로 싸서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다독인다.
5_4에 올리브 오일을 발라 프라이팬에 살짝 지지거나 180℃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10분 정도 노릇하게 굽는다. 먹기 직전에 꿀을 뿌리거나 아이스크림, 블루베리를 얹으면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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