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서양에서도 통한다. 최근 미국 로욜라 대학 연구팀은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는 10~15세의 아이들 중 80%는 25세가 되면 성인 비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때문에 아이들의 기대 수명이 부모 세대보다 낮을 수도 있다고 한다. 몸속 장기 세포는 유아기에 먹었던 음식의 맛과 양을 기억하기 때문에 한번 길들여진 식단은 어른이 되어서도 바꾸기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이 많은 나라들은 지식 교육만큼이나 '음식 조기 교육'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in New-zealand
어릴 적 겪었던 잘못된 식단의 심각성을 알리는 여고생들의 동화책 뉴질랜드는 어린이 5명 중 1명이 과체중이고, 12명 중 1명은 비만일 만큼 소아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 뉴질랜드 정부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사회적으로 심각해진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다. 뉴질랜드 세인트메리 고등학교 여고생들의 이야기는 이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신보다 어린 또래의 아이들이 바른 식습관을 직접 보면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식습관 동화책'을 펴냈다.
이들은 근처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직접 동화책 속 이야기를 읽어준다. 재미있는 그림과 표현을 통해 안 먹던 음식도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하며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맛이 있어도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있다"며 과일 주스는 몸에 좋은 음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인공 감미료나 착색료가 들어 있는 해로운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고, 뉴질랜드 보건 기구에서 건강한 음식으로 인정을 받은, 자신들이 개발한 스무디나 부리토(퀘사디아의 일종)의 레시피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음식과 관련된 건강한 사고를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침은 꼭 챙겨 먹자 이 책에서 여고생들은 민스파이(다진 고기를 넣어 만든 파이로 아침 식사로 즐겨먹는 음식)는 이제 그만 먹자고 주장한다. 육류와 밀가루는 가능한 한 줄이고 시리얼로 대신하자는 이야기. 결정적인 대안은 아니지만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 눈높이로 만든 실천법, 음식 피라미드 동화책 속에는 아이들이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음식 피라미드가 그려져 있다. 1단계에는 쌀?통밀 등 곡류, 2단계는 각종 채소와 과일로 구성되어 있다. 3단계는 우유?달걀?고기 등 유제품과 육류, 4단계는 과자?사탕?아이스크림 등 패스트푸드나 단음식 등의 대체로 몸에 해로운 음식들이다. 책 속 그림을 보면 피라미드 아래쪽에 있는 음식들을 섭취하고, 위에 있는 음식은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식사할 때 텔레비전은 꺼둘 것 런던 유니버시티 대학에서 1만 명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5세 때 주말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1시간 길어질수록 비만 위험이 7%씩 증가했다고 한다. TV 시청은 주의를 분산시켜 포만감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여고생 7명이 직접 기획하고, 그림과 글로 구성한 식습관 동화책.
in Korea
직접 기르고 맛보는 충북 미봉초등학교의 식습관 체험 학습 언뜻 보기엔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텃밭 체험 수업이 진행된다. 교내에 있는 자투리땅을 일구어 만든 텃밭에 아이들이 직접 상추, 쑥갓, 고추, 고구마 등 농작물을 기르도록 했다. 5년 전 학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함께 버려진 땅을 텃밭으로 일구어 다양한 유기농 채소를 심고 가꾸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식습관 수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힘들다며 밭 가꾸기를 귀찮아하거나 채소가 싫다며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작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깻잎 한 장, 고구마 한 개가 쉽게 생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작년부터는 '녹색 식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두부, 청국장 등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미봉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먹어라'는 교육 대신 체험 학습을 실천하고 있다.
함께 가꾸고 함께 나누어 먹는다 텃밭에는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정해진 구역 안에서 1~3학년은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쌈 채소를 재배하고 4~6학년은 고구마나 토마토, 배추 등을 기른다. 농작물 수확 후에는 서로가 기른 작물을 교환함으로써 나누어 먹는 기쁨과 고마움을 공유한다.
컬러 푸드로 채소에 대한 호감도 높이기 아이들의 급식에 나오는 음식들은 총천연색이다. 밭에서 직접 딴 상추와 치커리, 당근 등 고운 빛깔의 채소들이 가득하다. 신선한 채소를 먹는 날은 육류로 만든 반찬을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채소 그대로의 맛을 느끼고 기억하라는 의미에서다. 되도록 육류의 양을 줄이고 가공된 조미료는 피할 것. 그것이 미봉초등학교 아이들 식단의 기본이자 직접 힘들여 가꾼 텃밭의 농작물에 대한 예의란다.
전통 음식을 만들며 우리 식습관의 소중함 알기 이곳에서는 또 아이들에게 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직접 김치를 담그고, 서양식 식단을 김치롤쌈, 청국장김밥 등 퓨전 한식을 만들어보게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김치, 청국장, 두부 등 우리 전통 음식의 맛과 장점을 깨닫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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