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저녁 정성스레 차린 요리와 다분히 문화적인 수다로 시작된 인사동 반상회 풍경. '청석길'로 불리는 인사 11길에 위치한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카페로 이사를 한 요리 연구가 박희지씨가 옥상 텃밭으로 이웃 어른들을 초대했다.
1_마트에 체리가 많이 나와 있기에 사다가 디저트용 타르트를 구웠다. 한 조각씩 덜어 치즈를 얹어 먹으면 더 맛있다.
2_하나씩 집어 먹는 재미가 있는 주악은 우리 선조들의 다과로 약과 보다는 느낌이 가벼워 여름 다과로 냈다.
청석길로 이사 온 요리 연구가의 음식 인사
얼마 전 박희지씨가 자신의 인사동 요리 작업실 두 길 건너에 있는 한국공예문화진흥원 내에서 카페 'SFL'(Slow Food Lab)를 운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이곳은 관훈갤러리, 아리수갤러리 등 인사동 터줏대감들이 운영하는 오래된 화랑들이 둥지를 튼 고즈넉한 청석길 입구. 인사동의 가로수길이라고 해야 할까.
박희지씨는 그곳에선 시작은 소소하지만 그 끝은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문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도 함께 보내왔다. 인사동 열한 번째 골목길에 이사 온 후 아직 한 번도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를 못 드려 민망했다는 박희지씨는 어느 여름날 이른 저녁 인사동 반상회를 계기로 인사도 드릴 겸 정성 들여 만든 음식도 대접할 겸 이웃 어른들을 초대했다. 식사를 대접하는 장소로는 지천에 풀이 널린 옥상 텃밭을 선택했다.
푸근한 음식 초대 자리에서 인사동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낭만 수다
"현대화된 인사동 거리는 참으로 요란스럽다. 장사꾼들이 가득한 거리나 결코 한국의 것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메이드 인 차이나 물건들도 그렇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것에 대한 생활적인 접근이나 현대화시킨 우리 것을 재발견하는, 우리 삶의 철학이 반영된 새로운 시도가 아쉽다." 반상회 수다의 주제치곤 좀 무거운 느낌이지만 '우리 문화'와 연관된 이야기들이 오간다.
메인 음식으로 나온 대하구이와 닭고기구이를 먹고 살짝 쉬어갈 즈음 자신의 한복을 전시해 놓은 한국공예문화진흥원 '폴딩展' 관람차 들렀던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씨가 인사동 반상회에 합세했다. 관훈갤러리 강영희 관장과 함께 텃밭 공부를 함께한 '도시 농부 아카데미' 1기 출신이란다. 한남동에서 오신 객원 손님(김영진의 아틀리에가 한남동에 있다)께 드린다고 박희지씨는 단과와 수박에이드부터 내어온다.
손님들 위해 박희지씨가 차린 여름 음식들
무더운 이 계절, 여름 음식은 간을 세게 하지 않아야 한다. 파, 마늘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고기도 기름기 없는 우둔살을 주로 쓴다. 그리고 재료 각각의 맛을 기억해 두었다가 어울릴 것 같은 맛의 짝을 잘 맞추어야 한다.
1 하나씩 집어 먹는 편수
재료
만두피, 애호박 500g, 애오이 400g, 표고버섯 3장, 쇠고기(우둔살) 150g, 소금 1작은술, 참기름·식용유 약간씩
쇠고기 양념
(진간장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 1/2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초장
(청·홍고추 1작은술씩, 진간장 1큰술, 다진 파·깨소금 1/2큰술씩, 식초·물 1큰술씩)
만들기 1_애호박과 애오이는 돌려 깎아 곱게 채 썬 후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짠 다음 달군 팬에 참기름과 식용유를 섞어 두르고 살짝 볶아 식힌다. 2_표고는 물에 불려 곱게 채 썰고, 쇠고기도 채 썰어 분량의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주물러 팬에 각각 볶은 뒤 접시에 펼쳐 식힌다. 3_큰 그릇에 1, 2를 넣고 고루 섞어 소를 만든다. 4_만두피에 3을 한 숟가락씩 떠 넣고 네 귀퉁이를 한데 모아 붙여 네모지게 편수를 빗은 후 찜통에 찐다. 5_분량의 재료로 초장을 만들어 곁들인다.
메인 음식을 먹고 난 뒤 밥이 아쉬운 분들을 위해 준비한 깻잎쌈밥. 밥 속에 치자 단무지를 송송 썰어 참기름에 살짝 무쳐 넣어 주먹밥을 만든 뒤 멸치 맛국물에 살찍 조린 깻잎을 둘렀다.
2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샐러드
채식주의자를 위한 토마토 모차렐라 샐러드와 육류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쇠고기를 넣은 샐러드 2가지를 준비했다.
1 닭고기구이와 아스파라거스
재료
뼈를 바른 닭다리살 350g(손질한 것), 아스파라거스 10대, 청주·진간장 1큰술씩, 소금·마늘편·생강편·후춧가루 약간씩, 실파 2줄기
조림 간장
(진간장·물 1/4컵씩, 설탕 3큰술, 유자청(또는 슬라이스한 레몬) 1큰술, 마른 홍고추, 마늘 3쪽, 대파 1대(흰 부분만), 슬라이스한 생강)
만들기 1_닭다리살은 기름을 제거하고 손질하여 청주, 생강편, 후춧가루, 진간장으로 밑간한다. 2_분량의 재료를 섞어 조림 간장을 만든다. 3_달군 팬에 1을 올려 70% 정도 익힌 후 조림 간장을 2~3번 발라가며 굽는다. 4_아스파라가스는 딱딱한 밑동은 자르고 끓는 소금물에 데친 후 소금, 후춧가루, 마늘편을 넣고 살짝 볶는다. 아스파라거스 위에 닭다리살을 올리고 실파의 파란 부분으로 장식한다.
2 귤밭 위의 대하구이
재료
대하 6마리, 하우스 귤 2개, 소금·청주 약간씩
양념
(고추장 3큰술, 설탕·참기름 1큰술씩, 다진 마늘·소금·정종 약간씩)
만들기 1_대하는 수염과 다리를 다듬은 후 요리 후에도 오그라들지 않게 배 쪽에 칼집을 2~3군데 넣는다. 등 쪽에 칼집을 넣어 반으로 가른 뒤 내장을 꺼내고 청주, 소금을 살짝 뿌린다.
2_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섞어 1의 대하에 바른 후 30분 정도 재웠다 그릴이나 팬에 굽는다.
3_귤을 얇게 슬라이스하여 깔고 2의 대하를 올린 뒤 허브나 민트로 장식한다.
메인 요리로 준비한 닭고기구이와 귤을 곁들인 대하
하우스 귤을 곁들인 대하구이, 조림 간장을 얹어 발라가며 구운 닭고기구이와 데친 아스파라거스가 메인 요리로 준비됐다. 더운 여름이라 손이 덜 가고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바비큐 느낌으로 만들었고 재료는 너무 무겁지 않은 해산물과 닭고기로 정했다. 대하뿐 아니라 오징어나 패주 등을 써도 된다. 오븐이나 그릴에 구우면 더 맛있다. 여름이라 매콤한 맛을 더 내고 싶다면 씨를 뺀 후 얇게 썬 청양 고추를 솔솔 뿌려주어도 좋을 듯.
깻잎쌈밥과 편수를 먹을 때 곁들인 물김치와 수박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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