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자체가 지닌 청량감 때문에 유독 여름에만 즐겨 쓰는 그릇이 있다. 곱게 쓰다가 딸에게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아끼는 그릇들, 찬장을 열어 소개한다.
한여름, 생활 자기에 맛들인 김문정씨
1_푸른 빛깔이 매력적인 이경한 작가의 각이 진 컵. 이도
2_자연 친화적인 컬러의 밥공기. 광주요
3_파티에 샐러드나 과일뿐 아니라 메인 요리를 담아내기에도 좋은 다용도 볼. 이천 사기막골 도예촌에서 구입
4_날렵한 라인이 돋보이는 이경한 작가의 파랑새발. 이도
5_아이들에게 개인 디저트 접시로 내놓기 좋은 밥공기. 토루
6_외부와 내부의 컬러를 다르게 해 보는 재미를 더한 김희종 작가의 청유 종지 세트. 이도
7_여러 종류의 나물 반찬을 조금씩 담아내기 좋은 사각 접시. 토루8_깍둑썰기한 수박을 담으면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더해 주는 원형 볼. 토루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주부들에게는 '루나홈넷'으로 더 유명한 김문정씨. 딸 셋을 키우면서 미처 살림살이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던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수작업으로 만든 가구나 그릇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특히 생활 자기는 단품으로 구입해도 다른 그릇과의 어울림이 좋아 손님 접대할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고.
식탁 가운데에 커다란 샐러드 볼을 올려놓으면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느껴져 파티 테이블의 포인트가 되고, 옥색이 감도는 작은 볼은 더운 여름날에 화채나 팥빙수를 담아내면 개인 디저트 접시로 손색없다. 한번은 큰딸이 하굣길에 꺾어 온 자목련을 물과 함께 볼에 담아 센터피스로 활용하기도 했다. 김문정씨가 생활 자기를 구입하기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은 이천 사기막골 도예촌의 토루. 잘만 골라내면 멋내지 않고 소박하게 만들어낸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유리화 작가 최영심의 빛을 담은 그릇
1_레드 컬러 스트라이프 패턴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각 접시.
2_도트 포인트를 살린 사각 접시. 가운데 부분이 패여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3_불투명한 바탕 위에 물결 모양의 블루 페인팅을 살린 커다란 원형 접시.
4_블루와 에메랄드빛 컬러가 바다를 연상시키는 사각 접시.
5, 6_손맛이 살아 있는 개성 강한 선을 살린 사각 접시.
최영심씨는 30년간 '빛의 작업'이라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유럽과 국내의 성당에 선보여온 유리화 작가다. 현재 그녀는 오스트리아에 거주하지만 곧 블루 컬러를 다양하게 사용한 그녀의 여름 그릇을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5월 말 종로 가진화랑에서 '유리그릇전'을 여는 것, 이번 전시는 감상하는 데 만족하는 예술품이 아니라 실생활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예술품을 선보이기 위한 것으로 작가가 직접 자신의 그릇에 음식을 담는 시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여름 음식을 파란 그릇에 담으면 마치 시원한 바닷가에서 바로 가져온 요리를 맛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릇 쇼핑 즐기는 안재신·이희승 모녀의 꽃 그릇
1_'역사 속 자연'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는 컬렉션 시리즈. 실제 만나기 힘든 꽃과 나비가 어우러진 페인팅이 매력적이다. 레이노
2, 3_그린 컬러의 자그마한 잎사귀들이 신선한 느낌을 주는 컵과 받침. 레이노
4_금박 테두리와 함께 꽃그림이 화사하게 그려진 에스프레소 잔 세트. 15~20년 전 갤러리아백화점에서 구입했다. 리차드 지노리
5, 6_단순화한 꽃무늬를 그려넣은 찻잔 세트와 티포트. 빌레로이 앤 보흐
7_아들이 출장길에 선물로 받아 온 '시에스타 아일랜드' 컬렉션. 에르메스
8_30년 전 미국에서 구입한 빈티지 컬렉션. 본차이나
9_수수한 야생화가 포인트로 그려진 에스프레소 잔 세트. 10년 이상 된 제품으로 한국 앤티크 숍에서 구입했다. 바바리아
10_안재신씨가 딸에게 선물한 '여름밤' 컬렉션으로 한밤중의 수선화를 표현했다. 본차이나
1978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 생활을 시작한 안재신씨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에스프레소 잔이 눈에 띄게 예뻐 한 개, 두 개 모으다 그릇 컬렉터가 되었다. 당시에도 빈티지 그릇은 고가에 판매되는 데다 낱개로 구입하는 것을 더 즐겨 단품으로 다양한 그릇을 모으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모은 그릇 중 여름에는 시각적으로 기분 좋은 효과를 주는 플라워 프린트의 찻잔 세트를 즐긴다. 딸이 결혼하던 날, 보석보다도 그릇 물려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안재신씨. 그런 엄마의 취미를 딸 희승씨 역시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녀가 엄마와 한 가지 다른 점은 단품보다 세트 그릇에 더 욕심을 낸다는 것. 한번은 그릇이 깨져 속상해하다 www.replacement.com에서 같은 그릇을 찾아낸 적도 있다고.
지은주씨의 튼튼하고 실용적인 크리스털 그릇
1_나뭇잎 결을 살린 볼. 발터 글라스
2_격자무늬가 포인트인 접시 세트. 나흐트만
3_냉수프나 냉샐러드를 담아내기 좋은 미니 볼. 나흐트만
4_발상의 전환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케이크 스탠딩. 색감이 있는 핑거 푸드를 세팅하면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발터 글라스
5_낱개로 포장된 초콜릿 등을 담아두기 간편한 디저트 볼. 마리메꼬 by 이딸라
6_청량감이 느껴지는 그린 컬러의 볼과 접시. 카스테헬미 by 이딸라
7_날렵한 라인이 살아 있는 샴페인 잔. 리델
8_손에 쥐었을 때 오돌토돌한 표면 때문에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유리컵. 카스테헬미 by 이딸라
서울 안암동에서 'happy cooks'라는 요리 클래스(blog.naver.com/happycook99)를 운영하는 지은주씨는 유럽의 크리스털 그릇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튼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모양과 컬러를 가진 그릇이 많아 손님을 초대했을 때 유리그릇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상차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주를 크리스털 잔에 담아 마시기도 하고, 빨간 컬러가 가미된 크리스털 접시를 크리스마스 시즌 테이블 장식에 사용하기도 한다.
또 어떤 요리라도 크리스털 볼에 담으면 속이 들여다보여서 먹기 전에 맛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듯이 더운 여름에는 오히려 뜨거운 음식을 즐기는데 크리스털 그릇에 담으면 열전도율이 낮아 쉽게 식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십대 초반인 두 딸보다도 요리 수업을 듣는 주부들이 지은주씨의 그릇을 더 많이 탐낸다는 것. 가끔 요리 클래스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그릇 플리마켓을 열면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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