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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부산 여행 |
글쓴이: 고추장소녀 | 날짜: 2011-07-19 |
조회: 1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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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oard.pcclear.co.kr/cook/view.php?category=TUAYJQ%3D%3D&num=GRxNcg%3D%3D&page=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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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트렌디하고 핫하고 잇한 것만 빠르게 지나가는 서울에서 벗어나 부산으로 떠났다. 남포동의 낡고 낯선 시장 골목에서 만난 어여쁘게 바랜 물건들이 말을 걸었다. "오이보 보이소 사이소." <나일론> 막내 기자 3명의 하루 동안 부산 탐방기.
KTX를 타고 떠나니 부산도 금방이다. 부산은 해안 도시답게 건물들과 골목의 색이 대담하고 짙다. 또 적당히 바래고 오래된 건물이 나름 조화를 이뤄 근사했다. 갓 잡은 멍게와 해삼을 팔고, 가짜 로렉스 시계들을 즐비하게 늘어놓은 전당포는 서울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 보수동 헌책방 거리
서울의 청계천 헌책방 거리만큼이나 유명한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 직접 가본 건 처음이었다. 부산에 간다고 했을 때 가장 크게 기대한 곳이었던 만큼 보수동으로 가는 발걸음이 자꾸 빨라졌다. 두 사람이 서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골목을 시작으로 점점 넓어지는 양옆으로 늘어선 책방 거리는 생각보다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소하고 한적한 헌책방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 들춰보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책방 앞에 내놓은 1990년대의 를 발견한 건 신선했다. 퀴퀴한 책 냄새를 맡으며 옛날 사진집을 들춰보고 있으려니 어렸을 때 엄마 몰래 들락거리던 만화 책방이 떠올랐다. 보수동 헌책방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무뚝뚝한 주인 할아버지의 책방 한쪽에 잔뜩 쌓여 있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었다. 헌책이라고 해도 2000년 이후의 것들이라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나온 건 하나도 없었다. 그때 출판된 거면 좀 비싸도 샀을 텐데. 사실, 80년대에 출판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든가 오래되고 예쁜 동화책을 한 권 사고 싶었는데 마음이 조급해서 오히려 찾기 어려웠다. 아쉬운 김에 청계천 헌책방이라도 가려는데, 어쨌든 거긴 보수동이 아니잖아.
+ 남포동 깡통시장
들어는 봤나 '하루에 7끼 식사'라고? 예전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각종 통조림을 팔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깡통골목에서는 아주 쉽게 도전 가능하다. 그중 '깡통골목'에서 지나치면 100% 후회하는 음식을 소개한다. 에디터들이 첫 번째로 찾은 집은 '비빔당면'과 '유부전골'집이었다. 특히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비빔당면은 말 그대로 갖은 야채와 비빔면에서 맛보았을 법한 양념에 당면을 비빈 음식이었다. 부드러운 식감 때문인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어린아이도 정말 맛있게 잘 먹더라. 가장 인상적인 음식은 '씨앗호떡'! 엄청난 인파를 뚫고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호떡 맛을 보니, 온 동네 마가린은 모두 여기서 쓰나 싶었다. 그럼에도 절대 질리지 않는 묘한 맛이었다. 입가심도 좀 할 겸 깡통시장 속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니 부산의 명소인 팥빙수골목이 나왔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산 지인이 귀띔한 것과 에디터의 팁을 더하자면 꼭 팥빙수에 '사과잼'이 들어가는지를 확인하고 먹어야 하고, 절대 비벼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럼 눈이 확 띄는 환상적인 팥빙수 맛을 경험할 거다. 큰일이다. 이제 서울에서 가장 맛있다는 남대문의 찹쌀호떡을 먹어도, 밀탑의 팥빙수를 먹어도 '음, 이 맛이 아니야~'를 외칠 것 같으니 말이다. 부산으로 시집이라도 가야 하나?
+ 남포동 국제시장
이제는 너무 흔해 빠진 빈티지지만 그래도 꼼데가르송과 요지 야마모토가 짝으로 들어온다는 국제시장 빈티지 마켓에 대한 로망은 여전하다. 어둑어둑한 골목마다 디스플레이는커녕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막 들여온 듯 가득 쌓아둔 옷 가지 속에서 귀여운 패턴 셔츠나 스커트를 고르는 보물 찾기는 국제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간만에 찾은 그곳은 예전보다 체계적이고 상업화되어 있어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꼼데가르송과 요지 야마모토 같은 브랜드는 '효진이와 지용이'가 와서 사갔다며 이젠 물건을 파는 아줌마들이 먼저 아는 척한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자 유명 브랜드 세컨드 핸즈들을 한가득 펼쳐놓고 청담동에서 기백만원을 호가하는 옷이라며 어찌나 긴 설명을 늘어놓는지. 유니클로나 세인트 제임스의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엄마가 처녀 적 입었을 법한 리넨 소재의 얌전한 블라우스 같은 건 몇 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으니 눈에 레이저를 쏘며 찾는 것이 중요! 그리고 Y's나 그 옛날 A.P.C.의 옷들은 살짝 거품을 얹은 가격을 부르니 단박에 구매하지 말고, 절반 이상 깎아주지 않으면 돌아설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성공적인 빈티지 구매의 팁. 물론 우리 역시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귀여운 청년이 아이스티를 대접해주자 두 손 가득 쇼핑을 한 채 돌아오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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