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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고집-‘IL CIPRIANI'

글쓴이: 개나리  |  날짜: 2009-05-03 조회: 6489
http://board.pcclear.co.kr/cook/view.php?category=U0wNNEIrVD9NNA%3D%3D&num=ExhPcw%3D%3D&page=66   복사

깐깐한 고집-‘IL CIPRIANI
아그넬로.

명인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특히 요리 명인을 만나는 일은 그에게 명인의 도를 들을 수 있다는 기쁨과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 더해 더욱 즐겁다. 그간 적지 않은 음식점을 순례하면서 느꼈던 한 가지는, 아무래도 요리사가 사장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분명히 음식의 질이 낫다는 것이다. 물론 훌륭한 요리사와 유능한 경영인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고, 그랬을 때 만족스러운 서비스와 멋진 요리를 먹을 수 있음도 분명하지만 대개의 경우 요리사가 경영까지 책임질 때, 비록 경영상에 문제가 있을지 모르나 아무래도 음식의 질에 대해 깐깐한 고집을 지켜내기 때문에 그 편이 손님의 입장에서는 좋더라는 의미다.

이번에 만난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IL CIPRIANI’의 남정묵 총지배인은 요리사면서 동시에 지배인으로 경영 일선에 서 있다. 이탈리안 요리 1세대 쉐프라 할 수 있는 그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즐비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대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이런저런 잡지와 블로그에 많이 소개된 유명 인사라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이탈리아 요리 역사와 압구정·청담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변천사를 완벽히 마스터할 수 있다. (꽤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는데 이 지면에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음식과 식당과 이탈리아 요리라는 것이 단지 먹는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화이며 수준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까닭은 이미 그가 론칭한 몇 개의 유명짜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점과 그 성공의 비결이 요리만 파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수준을 같이 팔아왔기 때문이라는 점 때문이다.

남정묵 지배인은 말한다. “요리사는 디자인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요리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디자인이며 요리는 맛은 물론이려니와 시각, 미각, 그리고 감성을 위무하는 모든 문화적인 것의 총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레스토랑의 콘셉트 그리고 그 콘셉트를 구현하는 시각적 구성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실직과 실업의 여파인지 아니면 외식산업의 발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후죽순 늘어만 가는 식당들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니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절대로 할 게 없어서 식당을 차려서는 100% 망한다”며 “레스토랑은 할 게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 맛이라는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제는 어떤 식당이든 분명한 콘셉트와 그것을 구현하려는 노력 없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식당의 문화는 그 나라의 수준’이라고 이야기하는 남정묵 지배인은 “단 10분, 15분 만에 밥을 먹어치우는 나라에 무슨 정서가 있고 문화가 있을 수 있느냐, 세상이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는 것을 확인하려면 레스토랑에 오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돈이 있건 없건, 비싼 레스토랑이건 아니건, 삶의 여유와 낭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느긋하게 점심을 먹을 수는 없을 것이며, 점심을 먹으며 음악을 듣는다거나 음식의 맛을 가지고 수다를 떠는 모습도 그다지 찾아볼 수 없음은 분명하다.

덕분에 간만에 원고에 대한 압박과 시간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먹었던 스페셜 아그넬로(양갈비 스테이크)와 혀가자미 파스타의 맛은 음식 자체의 맛과 함께 따뜻한 봄날 오후의 여유를 함께 먹어서 그런지 속에서 번쩍 번쩍 광채가 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명인과 함께하는 이야기와 음식과 분위기와 무엇보다 여유가 있는 식사는 행복했다. 결론은 ‘IL CIPRIANI’ 아주 괜찮은 집이라는 말씀.

IL CIPRIANI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동 62-12
문의 02-540-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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