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귀의한 뒤 31년간 산과 들의 자연 재료들로 요리를 해 온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은 ‘채식’이 아닌 ‘선식’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이란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연식이나 채식은 생명 유지는 물론이고 건강까지 더해주는 음식인 것. 사찰음식은 자연식 기능에 정신까지 건강하고 맑게 성장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선재 스님의 음식 연구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20년 전 간경화로 1년이라는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이후 자신의 몸을 위해 직접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고 먹으며 자연이 준 식재료의 위대함을 스스로 입증한 것. 당시 승가대학을 다니며 ‘사찰음식문화연구’란 논문을 준비하던 터라 어떤 음식이 몸과 정신을 맑게 하는지 이론과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스님은 수련원 생활을 중단하고 몸을 돌보며 자연 재료로 만든 사찰음식을 본격적으로 섭취했고 자연스레 병도 호전됐다고. 이후 경험을 바탕으로 사찰음식의 효능과 불교적 해석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절간 음식의 대중화를 꾀했다. 연구소를 운영하며 그는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제철음식으로만 조리한 사찰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선재 스님의 새로운 책에는 다양한 사찰음식 레시피는 물론이고 선재 스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들과 다양한 음식 건강 정보가 들어 있다.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음식의 중요성, 사람의 건강과 음식의 상관 관계, 건강한 음식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나 공헌도를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을 듯. 선재 스님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고, 우리의 존재 기반인 자연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도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 몸은 자연치유력을 가지고 있고, 식습관을 철저하게 바꾸면 누구나 자기 안에 내재된 자연치유력을 되살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
사찰 음식의 특징
1 산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 채식 문화의 발달을 선도한다.
스님들이 채식문화를 주도하면서 산이나 들에서 채취한 나물들을 활용한 조리법이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2 다양한 장류 및 튀김류, 부각류 등이 많은 것도 특징.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가 개발되었으며 그 재료들의 대부분은 사찰에서 개발되었다고.
3 저장음식이 발달했다.
음식의 저장방법과 활용법이 개발되면서 오랫동안 맛과 영양소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김치, 장아찌류 등은 사찰음식의 독특한 맛을 낸다고 할 수 있다.
4 다양한 약용 식품을 섭생하는 방법을 강구한다.
약리작용을 하는 재료를 음식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5 천연조미료 사용법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일반 조미료나 화학조미료의 사용을 줄였다.
조미료 역할을 하는 자연 상태의 식재료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러운 맛을 낼 수 있게 하였다.
“자연이 준 식재료에 감사하고 불성을 살려 요리를 하고, 이 음식이 내게 온 인연에 감사하며 먹을 때 음식은 가장 좋은 약이 된다”

01 사찰음식에 많이 쓰이는 죽순. 죽순은 찜이나 조림 요리에 많이 쓰이지만 잘게 채 썰어 전을 해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나 좋다.
02 사찰에서는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하기 쉬운 지방은 전이나 볶음 요리로 많이 보충한단다.
03 고추기름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으면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비구니 회관에서 선재 스님의 사찰 요리 강좌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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