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남자친구는 자상하고 저를 끔찍하게 아껴 주는 사람입니다. 26세, 흔히들 쇠도 씹어 먹을 나이라지만, 요즘과 같은 취업난에 넘치는 열정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아직 졸업이 한참 남았는데도 선배들이 번번이 취업에 낙방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은가 봅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석양이 질 때면 서쪽으로 지는 태양과 함께 풀이 푹~ 죽어 버리거든요. 이런 제 남자친구,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오늘은 그런 남자친구가 힘을 내서 꿋꿋하게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장어초밥 보양식을 만들었습니다. 아줌마 같은 생각일까요? 남자의 기력엔 장어만 한 음식이 없다고 해서요. 남자친구가 장어초밥을 먹고 기운도 차리고 힘도 내서 지금 하는 일과 공부, 취업준비를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료
양념(다진 생강, 다진 마늘, 고춧가루, 간장, 물엿, 고추, 깻잎), 초밥초(식초, 설탕, 마늘, 소금, 미향), 장어 1마리, 무순, 메밀순, 고추냉이(와사비), 김
●만들기
1. 미리 손질한 장어를 생강물에 살짝 데친다.
2. 장어를 찬물에 헹궈 비린내를 제거하면 더욱 쫄깃하다.
3. 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 또는 초밥에 올릴 크기로 썬다.
4. 양념(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3큰술, 간장 3큰술, 물엿 2큰술)을 넣고, 깻잎과 고추도 썰어 넣어 볶는다.
5. 밥은 꼬들꼬들하게 짓는다.
6. 초밥 초는 식초: 설탕:소금을 3:2:1 비율로 끓여서 식힌다(미향이 있을 경우 약간 넣지만 생략해도 된다).
7. 밥에 초밥 초를 넣고 잘 섞어 양념된 장어, 무순, 메밀순, 김, 고추냉이를 준비한다.
8. 한 입 크기의 초밥 덩어리 위에 고추냉이를 약간 바르고 장어, 무순을 올린다.
9. 김으로 초밥 가운데를 둘러 밥과 장어를 고정시킨다.
10. 접시에 담아내면 완성이다.
●남자친구의 반응
처음엔 초밥의 겉모양이 그럴듯하니 예전에 초밥집에서 먹어 본 느낌이 난다며 호들갑이었습니다. 그런데 먹고 나니 반응은 더 좋았어요~. 장어 특유의 비린 맛도 나지 않고 담백한 맛에 무순과 메밀순의 상큼함이 잘 어우러져 입안 가득 봄기운까지 돈다나요. 서로 아직 학생이라 비싸고 좋은 음식을 사주진 못하지만,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보양식. 이만 하면 남자친구에게 사랑 받는 여자친구 자격, 충분하겠죠?
김희정(22·서울 구로구 구로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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