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에로틱(erotic)한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오랫동안 여러 문학작품과 영화에서 관능(官能)의 상징으로 쓰였다.
1986년작 영화 '나인 하프 위크'에서 미키 루크는 주방 냉장고 앞에서 나이트가운만 걸친 킴 베이싱어의 눈을 가리고 딸기를 먹이며
냉장고의 열린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불빛을 조명 삼아 뜨거운 정사를 벌인다.
1990년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리처드 기어를 유혹하는 장면에서 먹는 과일도 딸기다.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딸기를 베어 무는 이 장면은 '작업의 정석'으로 오래도록 회자됐다.
소설가 이효석(1907~1942)은 단편소설 '들'에서 '탐나는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딸기를 빗대기도 했다.
'잎새 사이로 불긋불긋 돋아난 송이 굵은 양딸기, 지날 때마다 건강한 식욕(食慾)을 참을 수 없다.'
신경숙은 소설 '딸기밭'을 통해 핏빛 딸기알 속에 숨은 열망을 찾았다. '딸기밭으로 들어가던 젊은 남자가 엉거주춤 앉아서 녹색 잎새를 젖히고 잘 익은 딸기를 따고 있는 유를 훔쳐본다. 유의 손가락에 가 닿는 딸기를….'
시인 김혜순은 2008년 발표한 시(詩)에서 딸기를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접시에 붉은 혀들이 가득 담겨 왔다/중략/네 혀가 내 혀 위에 얹혀졌다/두 개의 혀에서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딸기를 먹는 행위를 삶을 위무하는 입맞춤으로 읽은 것이다.
딸기는 젊음과 생명, 여름의 과일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셰이머스 히니(Heaney)는 '검은 딸기 따기'란 시를 썼다.
'진한 포도주 맛처럼, 여름의 피가 들어 있어/혀에 색깔이 묻고 딸기 따기의/욕망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