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천적 해장국(下). 해외의 해장음식’
우리나라만큼 해장국이 잘 발달한 나라도 없지만. 해외 각국에서도 속쓰림을 달래는 방법은
저마다 갖췄다.
그래야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술을 마시고
어떻게 해장을 해야할까?
출장이나 여행을 갔을 때는 그 나라 해장법을 테스트해 보는 것도 좋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경우.
현지인의 해장음식 문화도 우리와 비슷하다.
국물로 해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속쓰린 아침에 주로 죽이나 차(싱주링)를 마시는 중국인들이지만.
사천지방에서는 잉어탕(liyutang·鯉魚湯) 해장국이 있다.
잉어를 고은 뽀얀 국물에 마늘과 향채를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다.
광둥지방에서는
우리의 라면 국물격인 완탕멘(魚蛋麵)과 훙소우뉴러우멘(紅燒牛肉麵)으로 새벽부터
속을 푼다.
말레이시아로 건너간 화교들은
한약재와 사골을 한데 고아낸 바쿠테(BAH KUT TEH·肉骨茶) 를 해장국으로 먹는 것이
특이하다.
일본에선 나베(なべ·국물냄비)요리로 해장할 것 같지만.
사실 나베는 화식(和食·일본전통요리)의 하나로 가격이 비싸기때문에 보통 라멘 국물을
마시며 속을 푼다.
음주 후 집에 들어기 전에 마지막으로 야타이(屋台·포장마차)에서 라멘을 먹고 다음날을
대비한다.
매실장아찌인 우메보시(梅干し)나 강황이 가득한 카레를 먹는 이도 많다.
태국에는
계란튀김 격인 ‘카이룩퀘이’가 있지만. 한국인들에겐 대개 맞지 않는다.
세계적인 스프요리인 톰양꿍이나 쌀국수를 시키면 해장국으로 충분하다.
필리핀에서도 새콤한 육개장 격인 ‘시니강(sinigang)’을 찾으면 된다.
탄두아이(럼주의 일종)를 마시고 술에 절은 채 시니강 국물을 떠먹고 있는 현지인들도
새벽에 자주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술을 많이 마신다는 러시아인들은 대체 무엇으로 해장을 할까 궁금해진다.
위장을 달래주는 양배추와 갈증을 다스리는 오이즙 음료 라솔이 ‘쏘련 주당’들의 비밀무기다.
대륙을 건너가면 해장문화도 달라진다.
국물이 있는 습식(濕食)이 아니라. 우리 생각으론 ‘절대로’ 해장이 안될 것 같은
건식(乾食)으로 변한다.
하지만 매콤한 양념으로 해장하는 것만큼은 우리와 비슷하다.
히스패닉계 미국인들 사이에는 옥수수 전병에 콩과 고기. 치즈를 가득 채워 넣은 브리토(Burrito)에 청양고추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매운 하바네로(Habanero) 소스를 쳐서 먹는
해장법이 통용되고 있으며. 최근 이런 유행이 백인들에게도 번져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게 해장이 되긴 되는 모양이다.
데킬라 등 독주를 즐기는 멕시코인들은 심지어
토마토 주스에 하바네로 소스를 넣어 마시기도 한다.
토마토가 서양 해장의 기본이다.
미국인들은 토마토 주스에 날계란과 소금. 드라이 진을 섞은 프레리 오이스터(Prairie Oyster)를 마시고.
영국에선 토마토 주스에 보드카를 넣은 ‘블러디메리’로 해장을 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데.
술을 깨기 위해서 해장술을 마시는 우리 문화와 닮은 것이 재미있다.
어쨌든 전 세계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서도 술을 마시고 있으며. 그에 맞춰 해장음식 역시
착착 대기중이다.
숙취를 깨우는 해장국은 과연 ‘술의 천적’일까? 아니면 ‘술의 동반자’일까?.
[이우석의식음털털] 술의 천적 해장국, 해외 해장음식[下] 중에서 |